최저임금 논의의 첫발을 떼기도 전에 노동계와 공익위원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올해 협상이 어느 때보다 지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가 공익위원 간사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는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반발과 현 공익위원이 임의로 만든 계산법이 기준으로 굳어지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현 공익위원 대부분은 2019년에 위촉돼 2021년 연임됐다. 박준식 위원장과 노동계에서 사퇴를 요구한 권순원 간사도 연임을 거쳐 임기를 1년 정도 남겨두고 있다.
현 공익위원들은 최근 2년간 세 가지 경제지표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산출했다. 경제성장률에 물가인상률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을 뺀 것이다. 그 결과 2021년에는 5.05%, 지난해에는 5% 인상이 결정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취업자가 10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0.3% 정도다. 이를 공익위원 산식에 대입하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4.8%로 가정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직후 “최저임금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 간사도 “매년 기준이 들쭉날쭉해서는 안 되겠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또 하나의 결정 기준이 될 수 있는 산식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 공익위원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계산법은 반발을 불렀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가 근거 없는 산식으로 최저임금위 역할이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지난해 심의에서는 사용자위원들이 공익위원안에 대해 표결하지 않고 전원 퇴장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는 매년 인상률 외에도 가구생계비 반영,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논의한다. 산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소모적 갈등은 줄지 몰라도 경제 상황에 따른 노사 입장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심의는 통상 6~7월에 마무리되는데, 한국은행 등에서 내놓는 전망치가 이후에 계속 달라진다는 점도 문제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토론하며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회의를 전체 공개하자”고 촉구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