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전세사기 ‘지뢰밭’… 청년·신혼부부 피해 집중

입력 2023-04-20 04:09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전세사기는 인천 미추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사기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곳곳이 ‘전세사기 지뢰밭’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역별로는 1인 가구와 청년,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연령별로는 20·30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대전에서는 전직 방송사 직원과 부동산법인 관계자, 공인중개사 등 일당이 속칭 ‘깡통 오피스텔’을 월세 매물로 속이고 계약해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전세 계약된 오피스텔과 빌라를 갭투자로 사들인 뒤 세입자 163명으로부터 325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매매수수료를 건당 최대 4500만원까지 지급했고, 중개업자들이 적극 가담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광주에선 최근 200여 가구가 전세기간이 만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금액은 6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사업자는 주택 400여채를 가지고 있었다. 전남 광양에서도 전세보증금 102억원을 가로챈 40대 2명이 구속됐다. 피해자는 174명에 이른다. 이들은 근저당이 설정된 20년 이상 노후아파트 144채를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이고 임차인들에게 보증금 102억원 상당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일대에서는 오피스텔 임차인 수십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임대인은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3채를 소유한 부부였다. 이들은 최근 세금 체납 문제로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사회초년생과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18일 공인중개사 자격과 계좌를 빌려 임대계약을 중개하고 위임받은 보증금 및 월세보다 높게 계약해 수억원을 가로챈 40대 남성을 구속 기소했다. 부산에선 본인 및 법인 소유의 오피스텔 110여채로 전세사기를 벌인 뒤 잠적해 세입자들에게 80억원의 손해를 입힌 30대가 구속됐다.

전세사기 조직이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받아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인천지검은 전세사기 조직원 8명을 범죄단체 가입·활동 등 혐의로 19일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은행 6곳에서 79차례 ‘청년전세자금 대출상품’으로 대출받아 총 7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세자금 사기 대출 조직을 범죄집단으로 첫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범죄단체조직·활동죄가 함께 적용되면 처벌 수위가 훨씬 높아지고 범죄수익도 몰수·추징할 수 있다.

대전=전희진 기자, 전국종합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