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언론, 겸손하게 진실에 다가가야… 더 엄한 검증 잣대를”

입력 2023-04-19 03:00 수정 2023-04-19 17:23
이인용 삼성전자 고문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12층 파크뷰에서 열린 ‘제22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겸손하게 진실에 다가가려고 해도 모자란데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입니다. 그런 일이 언론계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등 기독 언론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바르게 행하는, 즉 성경적 언론관에 충실한 미디어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길 소망합니다.”

MBC 기자 출신으로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 워싱턴특파원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이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사장까지 오른 이인용 삼성전자 고문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제22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의 ‘성경적 언론관과 기독 미디어에 대한 소망’이란 주제 강연에서 한 말이다.

성경적 언론관에 대한 그의 고민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고문은 2000년 초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의 권유로 성경적 언론관에 대한 청년 대상 강연을 주문받았다. MBC 사보에도 ‘인간의 인지 한계로 인해 언론 보도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생각을 몇차례 기고한 적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탐구는 그때가 시작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성경적 언론관은 ‘인간의 판단은 불완전하다(롬 2:1)’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이 될 수밖에 없다(잠 16:10~11)’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이기적인 동기로 인해 상대와 소통할 때 왜곡을 일삼는다. 성경 속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 일화를 언급하면서 “하와는 사탄의 유혹을 받았을 때 ‘실과를 먹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 말씀에 ‘만지지도 말라’는 말을 덧붙이는 왜곡을 통해 ‘하나님의 명령이 과하고 지나치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또 “‘정녕 죽으리라’라고 하신 하나님 말씀을 ‘죽을까 하노라 하셨다’고 바꿔 말하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직하게 주고받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게 소통”이라며 “원죄 이전에 일어난 이 사건이, 인간이 소통을 왜곡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대중과 소통하는 언론은 소위 말하는 진실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제로 시작해야 한다”며 “기독 언론은 물론이고 모든 언론이 근원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프로페셔널리즘(직업의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기독 언론은 진실 검증에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성경적으로 해석해서 본다면 더 바랄 게 없지만 그에 못 미치더라도 진실이라고 판단한 것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회사의 이념에 따라 재구성된 현실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원적으로 진실에 다가가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을 하면 겸손해진다”며 “기독 언론은 말 그대로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굉장히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홍보계에 40여년을 몸담아온 그는 “한 가지 일을 30년 이상하면 문리(모든 사물에 대한 이치)가 트인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러기는커녕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언론이 가치 판단의 왜곡 등 한계를 깨닫고 자성해야 한다는 역설로 들렸다.

18일 설교자로 나선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 고문 강연에 앞서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시대를 알고 사명을 다합시다’(대상 12:32)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고 목사는 “스위스 개혁교회 신학자인 칼 바르트의 ‘한 손엔 성경을, 한 손엔 신문을’과 영국 복음주의 지도자인 존 스토트의 ‘한 손엔 성경을, 한 손엔 라디오를’이라는 말처럼 성경 말씀을 이해하고 세상을 분별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대”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나아가 교회 공동체는 영혼 구원과 영혼 성숙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LF 산하 청년 리더들의 모임(Y CLF)을 이끌고 있는 김상민 이롬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김정란 푸른언덕 대표가 기도했고, 한우석 이랜드 홍보실장이 특송했다.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은 크리스천 리더들의 영적 성장을 도모하고, 이 땅에 복음을 전파하며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2019년 출범했다.

다음 CLF는 6월 20일에 열리며,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의 간증과 최성은 지구촌교회 목사의 설교가 예정돼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