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장 높이 0.96m… 허리도 못 펴는 새 아파트 미화원 휴게실

입력 2023-04-19 04:06
기자가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단지 지하 1층 용역원휴게실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천장이 가파르게 경사진 탓에 안으로 들어갈수록 몸을 웅크려야 했다. 한명오 기자

‘용역원휴게실’이라고 문패가 달린 공간은 3걸음 만에 머리가 거의 천장에 닿았다. 이내 고개를 숙여야 했고 중간쯤부터는 허리를 굽히기 시작해 나중에는 거의 바닥에 앉은 수준으로 쪼그려 걸어도 몸을 웅크려야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서 2.06m인 천고는 10걸음 정도 되는 맨 안쪽에서 0.96m까지 낮아졌다. 천장에 달린 시스템 에어컨은 높이가 1.63m에 불과했다.

지난 16일 찾은 이곳은 서울 중구 대단지 신축 아파트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단지 지하 1층에 경비원과 청소원이 쉬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최근 설계 오류와 입주 강행 등으로 논란(국민일보 2023년 4월 14일자 17면 참조)을 빚은 이 아파트 내 용역원휴게실은 사람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공간에 설치돼 있었다.

용역원휴게실이 이런 구조가 된 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아래 지었기 때문이다. 같은 층임에도 용역원휴게실 맞은편 상가들은 천장 높이가 모든 지점에서 2.25m 이상이었다.


이 용역원휴게실은 현행법상 휴게시설 의무화 기준에 어긋난다. 2022년 8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휴게시설 천장 높이를 모든 지점에서 2.1m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닥 면적은 6㎡ 이상이어야 한다. 용역원휴게실 면적은 52.8㎡로 설치 기준을 넘어서지만 대부분 지점에서 천고가 기준에 한참 미달한다.

시행사 관계자는 “2015년 준공승인과 2019년 사업승인 당시엔 관계 법령이 없어서 원설계에 휴게시설이 반영돼 있지 않았다”며 “용역 근로자 휴게실 문제가 부각되고 법도 개정돼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예전에 지어진 건물이든 현재 짓고 있는 건물이든 휴게시설은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며 “휴게시설이 규정에 맞지 않을 경우 규정에 맞는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어떤 식으로 개선할지에 대해 아직 결론이 내려진 게 없다”던 시행사 측은 취재가 이어지자 “다목적실과 창고를 용역원휴게실로 쓰기로 합의했다”고 전해왔다.

한명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