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의혹의 중심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른바 ‘이정근 녹음파일’에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5월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조성·살포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흔적이 여럿 담겨 있다.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된 9명도 모두 송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이다. ‘검은돈’의 조성 목적이 송 전 대표 선출에 있었고, 실제로 그가 당권을 차지한 만큼 송 전 대표의 인지 여부를 가리는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수감 중인 이 전 부총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 전 부총장이 돈봉투 조성·전달 과정의 중심에 있는 만큼 자금 전달 과정 및 수수자 등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송 전 대표가 언급된 부분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당대회 직전인 2021년 4월 말 이 전 부총장은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 나눈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강 회장이 돈을 많이 썼는지 물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녹음파일에는 송 전 대표에게 돈봉투 살포 계획을 알렸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여자로 지목된 이성만 민주당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내가 송(영길) 있을 때 바로 같이 얘기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인지한 정황이 녹음파일 곳곳에 등장하는 상황이라 실체 규명은 필요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현재는 압수물 분석과 돈봉투 ‘전달책’ 등을 조사하는 단계지만, 결국 수사의 종착점은 송 전 대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검찰은 압수수색 나흘만에 강 회장과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부른 데 이어 이 전 부총장을 소환하는 등 관련자 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던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송 전 대표의 박모 보좌관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수사에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며 민주당의 적극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만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돈봉투를 받은 사람이 몇 명까지 특정될지도 관심사다. 최대 20명의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봉투가 전달됐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이 진행됐지만, 검찰은 아직 수수자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현금으로 전달되는 정치자금 특성상 수수자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8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도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당시 의원 외에는 수수자가 드러나지 않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돈봉투) 전달 상황에 대한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보강 자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박재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