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전세사기 피해자,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였다

입력 2023-04-19 04:08
지난 17일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 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과 국화꽃이 놓여 있다. 인천=이한형 기자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보고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 A씨의 빈소 분위기는 침통했다. 18일 인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씨 빈소에서는 조문객도, 화환도 찾기 어려웠다. 아버지가 딸의 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2주 전에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던 딸의 안부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수도요금을 못 내는 상황인데도 혼자 견딘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오열했다.

A씨 아버지 친구는 “전세사기 피해 소식을 전해듣긴 했지만, 잘 해결 중이라고 해 가족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얼마 전에 만났을 때 조만간 부산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떠나버렸다”고 했다.

A씨는 어린시절 국내 해머던지기 고교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유망한 육상선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돼 여자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선수와 코치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에 아파트 전세계약을 한 뒤 미추홀구에 정착했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며 착실히 생활비를 벌었다. 애견미용 관련 자격증시험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년 전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인 요구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리면서 비극이 찾아왔다. 이 아파트는 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A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을 수 없었다. 이 아파트는 전세사기로 전체 가구인 30가구가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