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방파제 157억 부풀리기… 삼성물산 관계자 기소

입력 2023-04-19 04:04
서울남부지검.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 방파제를 지으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300억원대 국가 예산을 가로챈 삼성물산 전·현직 임직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조만래)는 전 삼성물산 직원 조모씨 등 전·현직 임직원 4명과 설계감리회사 전·현직 임직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조씨 등은 2016년 3월 가거도 일대 방파제 신설 사업과정에서 공사비를 허위로 부풀려 347억원 상당의 관급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고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설계서상 부풀려진 금액은 1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공사비 명목 지출은 143억원으로 차액만 204억원이 발생했다.

검찰이 압수한 내부 회의록 등에는 삼성물산이 허위 추가 공사를 통해 기존 공사에서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려 한 정황도 담겼다. 검찰은 삼성물산 측이 설계사와 합동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고 본다.

이들은 설계서 작성 단계부터 월간 작업 가능 일수를 줄여 공사 기간을 늘리고, 4억6000만원인 바지선 월 임대료를 8억6000만원이라고 속였다. 또 정상적인 설계 견적 비교 과정을 거친 것처럼 꾸미기 위해 350억원가량의 허위 비교견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발주청에 설계서를 제출하면서 위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사비 산출 내역을 삭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공사와 감리사가 결탁해 비용을 조작하면 발주청이 적발하기 어려운 점을 밝혀낸 수사 사례”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