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두 달 사이 3번째로 모두 20~30대 청년층이다. 이들은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떼였다.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데 낙찰받을 돈이 없어 매수도 어려웠다. 사기를 친 ‘인천 건축왕’은 잡혔지만 긴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었다. 생활고도 심해졌다. 사건이 불거진 지 5개월째, 정부가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못됐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른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18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로 확대 출범했다. 안상미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가 더 이상 일반 사인 간 피해라고 보기 어려운 사회적 재난”이라고 했는데 옳은 말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 금액만도 500억원대다. 집값·전셋값 폭등, 정부의 등록임대사업자 관리 부실,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 등으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정부가 이날 가장 시급한 문제였던, 전세사기 매물에 대한 경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한 건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인천에서만 전체 피해 가구의 약 60%인 1000세대 이상이 경매·공매에 넘어갔다. 경매가 진행되면 피해자들은 강제로 집에서 나가야 한다. 보증금조차 떼인 피해자들은 당장 갈 곳이 없다. 정부가 지원책으로 긴급 거주 지원을 내놓았지만 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입주율은 3%에 불과하다. 대출 만기 연장, 저리 전세대출 등 금융 지원도 문턱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 피해자 대부분이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며 “이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세대”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매 중단 조치에서 나아가 정부가 먼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주고, 추후 경매 등의 방식을 통해 이를 회수하는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들은 이전에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소급 적용이 제대로 안 되는데 이 역시 고쳐져야 한다. 거주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의 기준을 변경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나와야 할 것이다. 무슨 정책이든 안 되는 이유를 들자면 수만 가지다.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으론 아무것도 해결 못 한다. 제도적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의 피해자인 만큼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범정부적인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