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시장의 글로벌 최강자는 구글이다. 1200억 달러(158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검색시장의 93.2%를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위상은 과거 25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다. 챗GPT로 무장한 빙(Bing)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빙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14년 전 내놓은 검색엔진인데 시장 점유율은 2.9%에 불과할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올들어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를 장착하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빙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기반으로 검색 역량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자 불과 한 달 만에 하루 이용자가 1억명으로 늘어났다. 챗GPT 최근 버전(3.5)이 사용자 1억명을 확보하기까지 두 달 걸린 것에 비하면 확산 속도가 2배나 빨랐다. 기존 챗GPT는 2021년 6월 이전 데이터만 갖고 답변하는 바람에 한계와 오류가 많았다. 반면 새로운 빙은 최신 기사와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검색한 뒤 답을 한다. 챗GPT가 어떤 근거로 답변하는지 검증하기 어려웠지만 빙은 답변 근거를 각주 형태로 밝히고 있어 신뢰도가 높다. 빙은 문자뿐 아니라 음성인식 성능도 뛰어나다. 영어는 물론 한국어로 물어도 큰 오류 없이 잘 알아 듣는다. 빙이 서비스하는 언어는 33개다.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구글 대신 빙을 기본 검색 서비스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자 구글 주가가 휘청거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검색엔진 탑재를 통해서만 연간 30억 달러(약 4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구글의 수익성과 시장지배력에 타격을 주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빙은 챗GPT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중 한 사례에 불과하다. 7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이 탄생시킨 챗GPT가 또 어떤 분야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챗GPT를 따라잡으려는 구글 등 빅테크들의 추격전도 흥미진진하다. 한국에도 창의적인 혁신가들의 도전이 나오길 기대한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