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와 통화한 송영길 귀국해 따로 할 말 없다고 밝혀”

입력 2023-04-18 04: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17일 공식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검찰을 공격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유감 표명이 아니라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과와 함께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 의혹을 끊어내지 못할 경우 내년 4월 총선까지 민주당을 괴롭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이 10~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당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퍼져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더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당이 폭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면서 “파괴력이 큰 돈 문제이기 때문에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부패·비리 정당’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 말했다.

돈봉투 의혹이 처음 터져 나왔을 때는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덮기 위한 ‘정치 수사’로 규정하고 검찰과 여권을 비판했던 민주당이 방향을 급전환한 것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계속 검찰 탓을 하다가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심송심’이란 말이 나올 만큼 송영길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에게 조기귀국을 요청한 것도 ‘감싸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표가 다른 의원들 의혹에 대해선 사과하면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관해선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수사는 ‘정치 탄압’이라고 우기면서 이번 돈봉투 의혹은 실체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돈봉투 의혹은) 나는 잘 모르는 일이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니 그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7월 귀국 입장은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고 할 것인지 조만간 파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와 통화하며 ‘귀국해서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조기귀국 요청을 거절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