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배포된 ‘마약 음료’ 1병당 필로폰 1회 투약분의 3배가 넘는 양이 담겨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 범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의 한 보이스피싱 조직 근거지에서 계획된 것으로 확인하고, ‘상선’ 검거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마약 음료 사건을 벌인 일당 중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중국에 체류 중인 윗선급 피의자 3명을 특정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추적을 이어갈 방침이다. 구속된 길모(25)씨는 중학교 동창인 이모(25)씨의 지시를 받아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 및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국내 판매 중인 중국산 우유에 필로폰을 섞는 방식으로 음료를 만들었다. 협박 전화의 번호를 조작하는 중계기를 운영한 김모(39)씨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길씨가 제작한 음료 한 병에는 0.1g의 필로폰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필로폰 1회 투약량인 0.03g의 3.3배가량 된다. 안동현 마약범죄수사대장은 “음료 1병을 다 마시면 ‘급성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자 1명은 마약 음료 한 병을 모두 마신 뒤 1주일 동안 구토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경찰은 길씨가 필로폰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사실상 다치게 한 것으로 보고, 특수상해 및 특수상해 미수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중국 내 일당 3명도 쫓고 있다. 한국 국적의 이씨 여권을 무효화 조치했으며, 공범인 중국 국적 박모(39)씨, 이모(32)씨에 대해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씨가 지난해 10월 17일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고 본다. 한 보이스피싱 조직 근거지에서 다수의 인물이 모여 범행을 계획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합숙소 같은 콜센터에서 범행이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상선으로 추정되는 피의자들이 사용한 카카오톡 계정 및 구인구직 사이트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