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출장비도 부처별 ‘빈익빈부익부’

입력 2023-04-18 04:07

공무원 출장 여비가 지난달 인상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는 인상된 여비를 즉각 적용받지 못했다. 예산이 부족해서다. 반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예산이 충분한 ‘갑(甲) 부처’는 곧바로 인상된 출장비를 지급했다. 관가에서 “출장비도 부익부빈익빈”이라는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일 공무원 여비 규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일비와 식비는 각각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2006년 이후 17년 만의 인상이었다. 숙박비는 8년 만에 출장 지역에 따라 2만~3만원씩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출장을 다녀온 과기부 공무원들은 인상 전 출장비를 받았다. 반면 기재부, 행안부 공무원들은 지난달 개정안 공포 직후부터 인상된 기준에 따라 여비를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과기부 공무원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과기부는 그제서야 여비를 인상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지급하던 중 내부 의견을 전달받고 이달부터 오른 여비를 지급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2의 과기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출장이 재개되면서 예산 소진 속도가 빨라져 하반기에는 예산이 부족한 부처가 늘어날 전망이다. 출장 증가와 여비 인상에 따라 부처마다 5억~1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조에 공무원의 사기만 꺾인다는 반응도 있다. 인상된 여비도 넉넉지 않은데 ‘허리띠 졸라매기’에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17일 “십수 년 만에 5000원 올랐다고 좋아했는데 부처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진다니 당황스럽다”며 “필요한 출장을 안 갈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