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고물가에 허리 휘는데… ‘물가 관리 우수’ 자찬한 기재부

입력 2023-04-18 04:03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2022년 주요정책부문 자체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25명의 민간위원 등이 기재부의 지난해 추진 과제 85개에 대한 성과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위원들은 ‘물가의 안정적 관리’ 과제에 ‘우수’ 평가를 내렸다. 근거는 이렇다. 정부가 비상경제민생회의와 비상경제장관회의 등 범정부 회의체를 통해 소비자 물가를 밀착 관리했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방기선 1차관이 수시로 물가 현장을 방문했고, 범부처 물가안정 작업반(TF)이 가동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위원들은 또 정부가 지난해 농축수산물, 석유 가격과 지방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봤다. 아울러 의료비와 통신비 등 핵심생계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핵심 원자재 공급 충격에도 적절히 대응했다. 정부가 지난해 목표치(5건)을 상회하는 8건의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발표한 점도 우수한 점수를 받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기재부 평가와는 정반대로 서민들은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였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은 3만원에 육박했다. 비빔밥 1만원, 짜장면 6000원, 삼계탕 1만6000원 시대가 왔다. 대학생들은 ‘천원의 아침밥’에 열광하고, 치솟은 물가에 편의점 도시락은 품귀 현상을 보인다. 물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들이 넘쳐나는 셈이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회의 횟수나 정책 발표 건수 등을 기준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 평가를 내놓았다.

추 부총리는 지난 11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이 우선이다. 물가를 보면서 지출이나 경기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널뛰는 물가를 잡으려면 보다 객관적인 정책 평가와 냉철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서민 경제와 괴리된 자체평가 기준도 손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기재부가 탁상행정 논란에서 벗어나 국민의 ‘우수’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박세환 경제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