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힘만 남았던 청년, 4명에 새삶 주고 떠났다

입력 2023-04-18 04:06

여섯 살 때부터 희귀 근육질환인 근이양증을 앓아온 20대 청년이 장기 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곽문섭(27·사진)씨가 영남대병원에서 폐장과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사망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갑자기 심정지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회의를 거쳐 장기 기증을 결정했고 4명의 중증 환자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던 곽씨는 ‘내 일부가 누군가의 몸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왔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는 근이양증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걷기가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녀야 했다.

곽씨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의 근력만 남아 있었지만, 가족들의 응원과 정성 속에 경북대 컴퓨터학부를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했다. “긍정적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며 늘 밝은 모습으로 글쓰기와 홍보포스터를 만드는 재능 기부도 했다고 한다.

어머니 서경숙씨는 “문섭아.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내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줘”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KODA 손가인 사회복지사는 “아름다운 생명 나눔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