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발이 묶인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입을 놓고 유럽이 옥신각신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수입 금지령을 내리자 유럽연합(EU)이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폴란드와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 “EU 회원국의 무역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U집행위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무역정책은 EU의 배타적 권한”이라며 “어려운 시기에는 EU 내에서 모든 결정을 하고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전날 지역 농업부문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 및 기타식품 수입을 한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산 곡물뿐 아니라 설탕 육류 과일 야채 우유 계란 기타식품 등 수십 종류의 농산품 수입을 한시적으로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헝가리 농업부 장관도 EU의 ‘의미 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6월 말까지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불가리아도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입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은 일반적으로 흑해 항구를 통해 수출되는데 지난해 러시아 침공 이후 일부 흑해 항구가 봉쇄되자 물류 병목현상으로 인해 중부 유럽국가에 상당량이 머물렀다. 저렴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과잉공급으로 중부 유럽에서 곡물가격은 떨어지고 농민들의 수입은 급감했다.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는 지난달 EU집행위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유입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시정하고 관세 도입을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폴란드 여당은 연말 총선을 앞두고 농촌의 지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해 곡물 문제 해결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조치에 대해 우크라이나 농무부도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회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