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수사기관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 12일 윤관석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5일 만이다. 이 대표는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고 확인된 사실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하겠다”고 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도 요청했다고 한다. 사안의 엄중함에 비춰볼 때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이고,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민주당 일각에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는 주장을 했지만 돈봉투 의혹은 검찰 의도를 문제 삼으며 슬그머니 넘어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역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당내 인사 40여명에게 총 1억원가량의 금품이 뿌려졌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규칙을 근본부터 허물고 후진적 부패 정치의 상징이었던 과거의 금권선거와 매표의 망령을 되살려낸 중대범죄다.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부패·비리 연루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당이 자체 진상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자체 조사로 사실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게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날의 사과와 다짐이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빈말이 아님을 향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 대표를 포함해 그 누구도 예외를 주장하지 말고 수사에 협조하고, 혐의가 드러나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송 전 대표 귀국도 요청에 그칠 게 아니라 조기 귀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 대표의 요청에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빨리 귀국하는 게 순리다.
국민들이 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지켜보고 있다. 검찰도 수사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유의해야겠지만 민주당은 더더욱 책임을 절감해야 한다. 수사 협조는 말뿐이고, 시간을 끌며 파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태도를 취했다가는 민심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