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의 ‘중학생 스마트기기 지원사업’이 충분한 준비과정 없이 추진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기 보급은 완료됐는데 기기를 활용한 수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3월 개학 이후 도내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노트북 1대씩 일괄 지급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의 핵심 공약사업이었다. 투입 예산은 119억원이다. 연속사업인 것을 고려하면 현 교육감 재임 기간에만 500억원의 예산을 소요해야 한다.
막대한 교육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기기 지급에 따른 준비는 미흡했다. 기기 지급 완료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노트북을 활용한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도의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기기 지원의 교육적 목적이 모호하고, 교육 활용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에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김 교육감은 지난 15일 도의회 교육행정 질의에서 관련 지적이 재차 제기되자 “노트북 보급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솔직히 자신이 없다”며 “디지털 교과서가 나와야 하고, 디지털 플랫폼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활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각 학교에 이용 활성화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노트북 기기의 수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학생들을 상대로 활용도 조사도 벌힐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선 학생이 노트북을 수업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지 이용 상황을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수리비용 부담도 차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기기 고장 시 수리비용의 20%는 학부모가, 80%는 교육청이 부담한다고 설명했지만, AS센터에서는 수리 내용에 따라 학부모 부담률은 다르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내년에도 중학교 신입생 노트북 지원 예산 128억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