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돈 봉투’ 의혹이 ‘물귀신 악재’가 돼 당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민주당은 일단 자체적으로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1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진상규명의 주체와 범위를 논의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번 주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윤리감찰단 등 기존 당내 기구를 활용할지, 별도 기구를 구성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진상규명 방식의) 디테일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체 진상조사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조사기구에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이 당내 조사기구에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을 가능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셀프 조사’로 면죄부를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등 회초리를 빨리 드는 것도 부담이다.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에서 다른 결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이 자체 진상조사를 택한 것은 상황이 엄중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너무 많은 사람이 연루돼 오래갈 이슈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이번 의혹을 뭉개거나 덮고 갈 경우 치명상을 입고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자를 사람은 자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의혹이 처음 터졌을 당시 민주당은 미국의 도·감청 논란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수사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그러나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 파일이 연일 보도되자 ‘돈 봉투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의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가 프랑스에서 귀국해 ‘결자해지’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다른 재선의원은 “송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되는 선거 때 일어난 일이니 송 전 대표가 ‘나는 모른다’고만 할 상황은 아니다”며 “‘송 전 대표도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기 때문에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비명계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송 전 대표가 가깝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면서 “이 대표가 송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을 넘겨받기도 했고,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당시 당대표였던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동환 박장군 신용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