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큰 일 시키더라” 이정근-송영길 관계 규명 집중

입력 2023-04-17 00:04 수정 2023-04-17 00:04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왼쪽 사진)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5월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6일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전달책’으로 지목된 또 다른 민주당 인사도 조사하는 등 압수수색 나흘 만에 본격적인 관련자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자금 조성 및 배포 창구 역할을 한 이정근(구속 기소) 전 사무부총장이 송영길 전 대표 측에 여러 차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던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추적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강 회장 및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소환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2021년 송영길 당대표 경선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인사들이다.

강 전 구의원은 조택상 전 인천 정무부시장이 마련한 1000만원을 이 전 부총장과 함께 봉투 20개로 나눠 강 회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강 회장이 대의원들에게 쓸 ‘실탄’으로 조 전 부시장에게 요청해 돈을 받았고 이중 900만원을 지역본부장 10여명에게 뿌린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다만 조 전 부시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회장 전화를 받은 적은 있지만 공무원 신분에 어긋나 금품을 제공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강 회장은 지인을 통해 6000만원을 마련한 후 봉투 20개를 의원 10~20명에게 전달한 의혹도 있다. 금품 전달 과정에는 강 회장, 이 전 부총장을 비롯해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도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이 송 전 대표가 당내 ‘비주류’였을 때부터 관계를 형성한 측근이라는 점도 주목한다. 2018년 이 전 부총장은 송 전 대표가 민주당 주거복지문화대상준비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주거복지위원장을 맡았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당대표 선거 승리 이후 이 전 부총장을 사무부총장에 앉혔을 때도 ‘뒷말’이 나왔다고 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행사 성격과 격식에 맞지 않는 곳에 이 전 부총장을 많이 대동해 말이 많았다”며 “(이 전 부총장은) 원외위원장인데 지나치게 큰 무대의 사회를 맡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부총장은 서울 서초 지역에서의 계속된 낙선으로 송 전 대표 측에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호소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전 부총장이 만날 때마다 ‘힘들다,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꺼냈다”며 “일부 의원이 동정심으로 밥과 술을 사주고 용돈을 주며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때도 불법적인 ‘뒷돈’ 거래는 없었다는 게 송 전 대표 측 입장이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 사업가 박모씨에게 “나는 유력 정치인 송영길 의원의 측근이다. 21대 총선에서 서초구 공천은 따놓은 것과 다름없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재현 이형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