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현직 총리를 겨냥한 테러가 9개월 만에 또 발생하면서 다음 달에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러를 피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안전 보장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일본 와카야마현 사이카자키 항구에서 오는 23일 실시되는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의 지원 연설을 준비 중이던 기시다 총리를 향해 은색통 형태의 폭발물이 던져졌다. 기시다 총리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즉각 대피해 무사했다. 폭발물은 약 50초 뒤 폭발했고 2명이 파편에 맞아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번 테러 시도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해 7월 선거 유세 중 41세 남성의 총격으로 피살된 지 9개월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다음 달 19~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요인 경호능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6일 자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본이 회의를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도 경호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다음 달 방문하는 G7 지도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폭발물을 던진 24세 남성 기무라 류지는 ‘위력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으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범행에 사용된 폭발물이 전문 지식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쇠파이프형 폭탄’이라고 전했다. 기무라는 범행 당시 칼과 라이터도 소지하고 있었고 자택에서 화약으로 추정되는 분말을 비롯해 공구류, 금속제 파이프 등이 발견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이타현 벳푸시에서 예정된 보궐선거 지원 연설을 강행했다.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민당 지지층인 보수 표심이 집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라토리 히로시 일본 호세이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야당이 비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