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입법예고 오늘 종료… 여론조사 첫발도 못 뗐다

입력 2023-04-17 04:03
사진=연합뉴스

전 사회적으로 ‘주69시간’ 논란을 불렀던 근로시간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17일 종료된다. 정부는 아직 대국민 여론조사도 실시하지 못했다. 입법예고 기간에 관계없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종 간담회 등을 통해 장시간 근로에 대한 거부감이 확인됐고, 정부 여론조사의 내용에 따라 편향성 논란까지 뒤따를 수 있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중 근로시간 개편 입법안을 내겠다는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6일 고용부가 발표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주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시간을 유연화해 특정 시기에 현행 주52시간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용부는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두고 6~7월에는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입법예고 직후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노동개혁 속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편안 보완’을 지시하면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약 한 달간 10차례 이상 근로시간 관련 간담회를 가지며 의견수렴에 나섰다. 문제는 기존 노동계는 물론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등 청년 세대에서도 개편안 반대 목소리가 일관되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52시간 체제에서도 근로자의 선택권과 휴식권,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근로시간을 줄이는 국제사회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소속 청년들은 정부가 청년 노동자를 선별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개편안의 향방은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어떤 개편방안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여론조사의 세부 질문에는 근로시간 ‘상한’에 대한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중소기업 53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평균 52시간 근무 한도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했을 때 적정한 주 최대 근로 시간은 60시간이라는 응답이 65.7%로 가장 많았다.

반면 지난달 14~16일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13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불규칙·장시간 노동, 삶의 질 저하 우려 등을 이유로 ‘개편안 반대’ 의견을 밝혔다. 20, 30대 4명 중 1명(26%)은 주당 최대 52시간 노동이 과다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개편안을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 12일 공동 간담회를 열고 개편안 폐기를 촉구했다. 지난 13일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64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의 현실과 반대되는 ‘노동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