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홍준표 해촉’ 거센 후폭풍… 與, 또 자중지란 양상

입력 2023-04-17 04:06
사진=이한결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또다시 돌발 악재 돌부리에 발이 걸렸다.

이번에는 김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던 결정이 ‘자중지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출범 한 달이 지났지만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김 대표 체제가 뚜렷한 반등 카드 없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홍 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손잡고 가야 할 사람은 손절하고, 손절해야 할 사람에게는 손절당하는 치욕스러운 일이 생기게 됐다”며 “선후도 모르고 앞뒤도 모르는 그런 식견으로 거대 여당을 끌고 갈 수 있겠나”라는 글을 올렸다. 홍 시장이 관계 단절을 주문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자신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 측은 홍 시장의 공세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무시 전략’으로 대응한 것이다.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이런 상황을 자초한 김 대표의 결정에 불편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문제 해결의 수순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화’ 논란을 야기했던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그리고 전 목사와의 ‘선 긋기’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홍 시장 문제로 이동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친윤계는 ‘윤심(尹心) 논란’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우려가 크다. 홍 시장은 9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 초보’, ‘정치력 없는 대통령’으로 지칭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이것이 홍 시장이 해촉된 근본적 이유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여권 내부에서 퍼져 나갔다.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14일 MBC라디오에서 홍 시장 해촉과 관련해 “김 대표가 (단독으로) 했을 리가 없다”고 말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핵심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홍 시장 해촉은 김 대표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알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의중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인데, 이런 사안에 대해서도 ‘윤심’ 논란이 야기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결정을 두둔하는 의견도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홍 시장이 물밑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김 대표를 흔드는데, 당장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하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고 말했다.

잦은 집안싸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31%)은 더불어민주당(36%)에 5% 포인트 차로 밀렸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에 휩싸인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낮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내분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