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0% “원청 갑질 경험·목격”

입력 2023-04-17 04:05

하청업체 직원 A씨는 원청회사 협력업체인 B사에 소속된 직원과 사소한 다툼이 발생한 뒤부터 회사 내 집단 따돌림을 겪었다. “해고하겠다”는 식의 겁을 주는 발언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회사 상급자에게 이를 알리고 조율을 부탁했지만, 오히려 돌아온 건 해고 통보였다.

직장인 10명 중 7명가량이 원청업체의 ‘갑질’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지난달 3~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원청·하청회사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0.2%가 원청회사의 갑질을 목격·경험했다고 답했다고 16일 밝혔다.

갑질 유형으로는 임금 차별이 49.8%로 가장 많았다. 명절 선물 차별(37.9%), 위험 업무 전가(35.3%), 업무 수행 간섭(33.6%)이 뒤를 이었다.

원청업체의 갑질 행위에도 하청업체 직원들은 참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응답자의 57.5%가 원청업체 갑질에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 직장인들(19.9%)도 있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고 밝힌 이들은 24.9%에 그쳤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원청업체 갑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각종 차별적 처우, 원청 관리자들의 괴롭힘 등을 견디다 못해 목소리를 내면 프로젝트 중단·계약 종료 등을 구실로 내쫓기는 일이 허다하다”며 “노조법을 개정해 원청에 의무감을 지우는 게 하청 차별을 없애는 첫 단추”라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