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A씨는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내려왔지만 탈북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와 만성질환으로 제대로 일할 수가 없었다. A씨 가족은 자녀가 버는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자녀가 보이스피싱과 연루된 불법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빚까지 내서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A씨는 수중에 단돈 2만원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에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법무부에 탈북민 지원 제도가 있다는 소식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법무부를 통해 배정받은 변호사는 A씨 자녀의 형사사건을 맡아 진행했다. 변호사는 일자리 문제로 따로 살던 A씨와 자녀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줬고 3개월간 수시로 교류했다. A씨는 이 변호사를 ‘한국에서 생긴 친동생’이라고 부르게 됐다.
법무부는 2021년 7월부터 ‘북한이탈주민 지원변호인 제도’를 통해 A씨처럼 위기에 처한 탈북민 52명을 지원했다고 16일 밝혔다. 탈북 여성 B씨는 사실혼 관계 남편으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하다 결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전남편은 B씨와의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계속 전달했다. B씨의 지원변호인은 관할경찰서에 사안의 시급성 등을 적극 설명해 스마트워치 교부 등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변호인 제도는 2019년 발생한 북한이탈주민 모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탈북민에게 생활밀착형 법률지원을 제공한다. 2021년 도입 당시 34명이었던 지원변호인은 현재 67명으로 늘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