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쪼그라드는 내수시장을 고려하면 수출이 한국 경제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수출 상황은 위기로 부르기에 충분하며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기나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 대비 한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2.61%) 이후 최저치다. 수출 상황은 올해 더욱 악화일로다. 수출 비중이 20%인 주력 품목 반도체의 극심한 부진으로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약 260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뛰었다. 무역적자 행진이 13개월째 이어졌고 서비스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도 1~2월 연속 적자였다. 우리 경제에 있어 수출 부진은 단순한 무역 부문의 침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무역협회 조사 결과 세계시장에서의 수출 점유율이 0.1% 포인트 하락하면 약 14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출이 감소하면 세수가 줄어들고 이는 국채 발행 등으로 빚을 늘리게 만들어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어렵게 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공개한 ‘재정점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 비율은 54.3%였고 올해는 55.3%로 1% 포인트나 더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만으로도 비기축통화 10개국의 평균치(52.0%)를 사상 처음 넘어선 것인데 다른 나라보다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채무 비중 상승은 수출 악화로 인해 모수인 GDP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데 기인한다. 따라서 성장뿐 아니라 경제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라도 수출에 대한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반도체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세계 수요 변동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민관 협력 체제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위기의식이 중요하다.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수출 규제 완화를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를 간혹 내비치긴 했지만 실제 효과를 국민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정부가 심기일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