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 방안에 대한 각종 논의가 한국사회에서 분출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수준의 차원이 달라졌다는 국민적 우려 때문이다. 국내외 분석들을 종합하면, 북한은 2023년 현재 80~9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높아지는 북핵 위협과 관련해 거론되는 대응 방안은 한·미 확장억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독자 핵개발 네 가지다. 이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본다.
한·미 확장억제…“공격하면 초토화”
미국의 억제 개념은 미국 본토에 대한 적의 핵공격을 막는 ‘직접억제’와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막는 ‘확장억제’가 있다. 북핵 대응 시나리오 중에서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방안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개념의 핵심은 한국이 북한의 핵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은 핵을 포함한 통합 전력으로 북한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약속이다. 이 같은 공포감을 통해 북한의 핵공격 시도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한·미 확장억제의 목적이다. 한·미가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가 실제로 작용할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한 상황이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1961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구체적인 문구로 반복·재확인해 신뢰성을 높이고,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 기존 협의체보다 높은 수준의 조직을 상설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술핵 재배치… “핵에는 핵으로”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이 자체 핵개발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도 어긋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전술핵 ‘재배치’인 이유는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에 대한 견제 목적으로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배치됐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의미가 달라졌다. 주한미군 기지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운용도 전적으로 미국 측에 맡기는 과거 방식보다, 우리 정부가 핵운용에 관한 기획에 함께 참여하거나 한국군 전투기를 투발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한국의 관여를 일부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개념이 변화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술핵 상시 배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이 있다”며 “괌 미군기지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술핵을 우선 배치하고 유사시 한반도에 긴급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전술핵 재배치가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북한이 사실상 이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비핵화 공동선언을 준수해야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나토식 핵공유…“정치적 상징성 커”
나토식 핵공유는 유럽판 ‘핵우산’이 구체화된 버전이다. 핵공유라는 용어로 인해 ‘미국과 나토가 핵무기를 공유한다’는 의미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나토식 핵공유는 ①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유럽 동맹국들의 영토 내에 배치하고, ②유럽 동맹국이 보유한 ‘이중용도항공기(DCA)’를 핵 투발수단으로 활용하며, ③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핵기획그룹(NPG)’을 통해 핵운용 계획에 참여하는 체계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나토식 핵공유와 전술핵 재배치가 완전히 다른 방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핵탄두에 대한 소유권이 없고, 또 핵사용에 대한 결정권·거부권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점도 분명하다. 동맹국에 배치된 전술핵탄두는 미군 통제하에 있고, 동맹국은 시설과 경비만 제공한다. 이에 따라 나토식 핵공유는 실제적인 군사적 효과보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방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나토식 핵공유에 대해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핵억지 임무와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나토식 핵공유는 상징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독자 핵개발…“현실성 가장 떨어져”
말 그대로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국민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가장 작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이 독자 핵개발을 택할 경우 한·미동맹의 파탄 가능성, NPT 탈퇴로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제재, 남북 간 핵대결 구도로 인한 상시적 갈등과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이 독자 핵개발에 나서는 것은 곧 미국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미국이 극단적으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이 독자 핵개발에 나설 경우 당장 국제사회의 제재가 부과될 것인데, 수출 위주의 개방경제체제인 한국이 이를 감당할 여건이 안 된다”며 “더욱이 우라늄 등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물질도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당장 이것부터 끊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재 미국 정부가 한국의 독자 핵개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긴 호흡을 가지고 독자 핵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