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지 9년이 지났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그날 참사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초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은 9년이 흐른 지금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세월호피해자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안산온마음센터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수면장애, 공황장애, 우울증을 겪고 있다. 특히 성인이 된 생존 학생들은 관절이 좋지 않고,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은 전반적으로 위염을 앓고 있다. 2021년 말 발간된 ‘대한민국 재난 충격 회복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병·의원을 이용 중인 세월호 유가족 비율은 64.3%, 우울증 위험군 비율도 55%에 이른다. 아직도 남겨진 이들의 절반 이상이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라우마 반응은 만성이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참사 초기보다 오히려 5년 이후에 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세월호 피해자 의료지원이 내년 4월 15일 끊긴다. 이것도 2017년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시한을 한 차례 연장한 거다. 미국은 2001년 발생한 9·11테러 피해자들의 의료지원 기한을 2090년까지로 정했다. 테러 20여년이 지났지만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평생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우리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적’ 참사인 만큼 치료 기한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의료비 지원에 기한을 두지 않는 내용의 세월호피해자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감하는 이가 많지만 세금 낭비·중복 지원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의료비 지원 대상은 사고와 연관 있는 질병과 후유증 치료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또 배상금이나 보상금을 받은 생존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고 정부도 법률 개정을 검토 중이다.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방향으로 결론나길 기대한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