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기록 없는 2세 이하 전수조사, 아동학대 막는다

입력 2023-04-14 04:06
국민일보DB
지난 9일 서울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기가 집안에서 혼자 울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아동학대 전담전문관이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보니 원룸 방안에는 온몸이 빨개진 채로 기저귀만 입고 울고 있는 한 살 남아가 있었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20대 친모는 한참 전 외출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는 12시간 이상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자는 “주민 신고로 다행히 아이가 발견됐지만, 시간이 더 많이 지났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아동기관은 방임으로 판단, 아이를 즉시 시설로 보내 보호 조치했다.

정부가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학대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윤석열정부 아동 정책 추진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1년간 의료기관 진료 기록이 없는 만 2세 이하 아동에 대해 오는 17일부터 전수조사에 나선다. 대상 아동은 약 1만1000명 정도다.


만 2세 이하 아동의 경우 의사 표현이 어렵고 어린이집 입소율이 낮아 학대 발견율은 3%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가정을 방문해 신체 손상이나 멍, 발육 상태 등을 확인해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며 “아동학대 소지가 크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112에 신고를 하고,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유령 아이’를 방지하기 위해 출생 신고도 강화키로 했다. 2021년 1월 인천에서 사망한 8세 아동은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앞으로는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신고를 생후 14일 이내 시·읍·면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아동의 권리와 국가·사회 책임을 명시하는 아동기본법 제정도 추진된다.

시설에서 자라는 아동의 법정대리 권한을 친부모 대신 위탁 부모에게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육시설이나 그룹홈에서 자라는 아동의 경우 수술을 받거나, 은행 계좌·휴대전화를 만들 때도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2462명(지난해 7월 기준)의 보호 대상 아동들은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이에 아동이 후견인을 선임하기 전까지 위탁 부모에게 법정대리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2027년까지 전용 콜센터와 온라인 플랫폼도 구축한다. 기존에는 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려면 필요한 정보를 본인이 일일이 알아봐야 해 번거로웠다.

또 소년원에 입소한 경우라도 자립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아동이 소년원에 입소하면 보호조치가 종결된다. 이 때문에 가족이나 시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출소 후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발달지연과 심리적 문제를 겪는 아동 지원을 위해 올해 첫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