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32)는 정부가 휴가비 10만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들떴다. 안 그래도 치솟은 물가에 휴가 가기가 부담이었는데, 정부 지원으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회사가 직접 신청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A씨는 회사에 지원금을 신청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신청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에서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소상공인에게 국내 여행비 10만원을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배로 늘린다고 밝혔다. 당초 9만명에게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최대 10만명까지 늘려 19만명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을 확충했다. 지원 대상은 중견·중소기업 근로자 또는 소상공인 등이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기업이 참여 신청을 하면 10만원은 기업이, 10만원은 정부가, 20만원은 근로자 본인이 입금해 총 40만원을 여행 상품 구매 등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업 첫해인 2018년에는 참여 근로자 수가 2만명에 그쳤다. 하지만 매년 크게 늘어 지난해 10만9277명이 참여했다. 참여 기업은 2441곳에서 1만1520곳으로 늘었다.
정부는 올해 예산 99억원에 관광기금 1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최대 2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에 진행된 사업 신청은 조기 마감됐다. 오는 17일부터 5월 31일까지 10만명을 추가로 모집한다.
여행 적립금 40만원은 온라인몰 ‘휴가샵’에서 사용할 수 있다. 숙박, 패키지여행, 레저 등 상품이 휴가샵에 등록돼 있다. 올해 입점 업체는 47개이며, 상품은 25만~30만개다. 지난해 휴가샵에서 사용된 구매액은 398억원이었다. 휴가샵에서 사용하지 않은 적립금은 정부지원금 25%를 제외하고 환불된다.
다만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기존에 신청한 기업들이 연속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진입은 적은 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신청하는 것 말고는 신청할 만한 이유가 별로 없다. 사업 신청 의지가 없는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는 휴가비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사업 만족도가 높은 만큼 기존 신청 기업들은 매년 신청을 하고 있는데, 신규 기업은 신청이 더디다”며 “가족 친화 인증제, 근무혁신 인센티브 제도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