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강원도 강릉 일대에 발생한 산불로 현지 교회와 성도 가정 30여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울진과 삼척 등의 대형 산불 피해를 당한 지 1년 만이다. 교계에서는 긴급 구호품과 성금을 모아 전달하고 시설 수리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13일 강릉시기독교연합회(강기연·회장 심을터 목사)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교회 8곳과 성도 29가정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커다란 인명 피해는 없었다.
강릉시 초당동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인근에 있는 관동성결교회(민덕식 목사)는 교육관으로 쓰는 비닐하우스가 불에 탔다. 흥광장로교회(최호재 목사)는 계단 차양 시설과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고, 푸른들성결교회(오영근 목사)는 십자가탑과 옥상 방화문이 파손됐다. 정동진성결교회 우승용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옥상 방수시설이 불에 타긴 했지만 예배당은 비교적 온전해서 오는 주일에 예배를 드리는 데는 문제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도들의 가정이나 사업장 등은 완전히 불에 타거나 내부 시설이 크게 망가졌다. 일부 성도는 눈 부위에 화상을 입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한 성도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개인사업도 병행하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며 “이 모든 걸 한순간에 잃게 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시 화마로 피해를 입은 현지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교계는 즉각 팔을 걷어붙였다.
강릉지역 목회자들의 모임인 강기연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등에 긴급지원 공문을 전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학 전 강기연 회장은 “강기연 계좌를 통해 교계 성금을 단계적으로 모금하고 있고, 연합회 산하 사회봉사운동본부를 통해 지원물품 수령과 임시 거처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교회가 파악되는 대로 봉사단을 파견해 시설 수리도 이어갈 예정이다.
가장 먼저 손길을 내민 곳은 서울 광염교회(조현삼 목사)다. 예장합동 강동노회를 통해 강기연에 긴급 생필품 구입비 1000만원을 전달했고, 강동노회 측은 생필품을 담은 긴급 구호키트 120세트를 이재민들에게 전달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현재 동부연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피해 지역을 돌아보며 구호를 펼치고 있다. 주말에는 이철 기감 감독회장이 현장 심방 및 구호에 나선다.
이영훈 한교총 대표회장은 “큰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상심에 빠진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한국교회가 마음을 한데 모아 이재민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소속 교회 4곳과 성도 10가정이 피해를 당했다고 보고받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강원동노회(회장 방서호)는 재난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긴급구호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경식 장창일 박용미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