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한국 기업 직접 찾아간 시진핑… 한·중 우의 강조

입력 2023-04-14 04:08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제조 기지에서 이곳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시 주석이 외국 기업을 공개적으로 방문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중 우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중국 측과 합작 형식으로 건설된 이 제조 기지는 광저우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기업 중 하나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LG디스플레이의 핵심 생산 거점인 광둥성 광저우 제조 기지를 방문했다. 대외 개방과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의 첨단기술 공급망 배제 움직임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 공장과 광저우자동차 산하 전기자동차 브랜드 광치아이안( 汽埃安)을 찾아 대외 개방 추진 현황과 제조업 발전 수준, 과학기술 혁신 등을 파악했다. 시 주석은 특히 LG디스플레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중 우의를 강조하며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외국 기업을 방문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개최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집권 3기 지도부를 확정한 시 주석은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수 확대, 대외 개방, 외자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2006년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합작 투자해 건설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 기지는 광저우에서 가장 큰 외자 기업 중 하나다. 시 주석은 저장성 당 서기였던 2005년 7월 구본무 전 LG 회장과 만나 저장성과 LG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2014년 방한했을 때 서울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LG 전시관을 찾았던 인연이 있다.

시 주석이 양회 이후 첫 외자 기업 시찰에 나서면서 한국 업체를 택한 건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핵심 기술 및 부품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이래 이번까지 네 차례 광둥성을 시찰했다. 2012년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오른 직후를 시작으로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2020년 선전경제특구 설립 40주년, 올해 중국식 현대화 전면 추진 등 시기적으로 당과 국가에 중요 현안이 있을 때다. 광둥성은 중국 개혁개방의 중심지로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이 1980년대 성장과 당 서기를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2차 회동을 위해 베이징에서 약 1900㎞ 떨어진 광저우의 쑹위안을 찾았다. 11일에는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인민해방군(PLA) 남부전구 소속 해군을 찾아 “실전 훈련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