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덮쳐와도 끌 장비가 없다… 헬기·진화차 태부족

입력 2023-04-13 00:02 수정 2023-04-13 00:02
강원도 강릉시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대형 산불로 저동 경포호 인근 펜션들이 불에 탄 채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화한 산불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경포호까지 급속히 확산해 막대한 피해를 냈다. 산림당국은 경포호 일대 펜션 30여채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뉴시스

올해 들어 산불 발생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2일까지 하루 평균 4건 이상인 437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대형 산불로 분류되는 피해 면적 100㏊ 이상 산불도 6건에 달했다. 정부는 산림헬기와 산불전문진화차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진화장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산림청에 따르면 아직 4월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산불 발생은 지난해(756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산불 평균 발생건수(536.8건)와 비교하면 81% 수준에 달했다. 100㏊ 이상 대형 산불은 2013~2021년 매해 1~3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1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달 경남 하동·합천, 이달 전남 순천·함평, 경북 영주와 충남 홍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났다.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담수량 5000ℓ 이상의 초대형 헬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초대형 헬기는 7대에 불과하다. 올해는 초대형 헬기 2대와 국산 수리온 헬기 1대(중형)를 도입하기 위한 예산 585억원이 집행 중이지만 실제 현장 투입은 내년 이후에야 가능하다. 입찰, 심사 등 절차에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산불 진화헬기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산림청 소속 헬기 48대 중 32대는 20년이 넘었고, 30년 이상 된 헬기도 11대에 달한다. 산림헬기 48대의 평균 연식은 약 23년이다. 이는 비싼 가격과도 연관 있다. 초대형 헬기는 550억원, 대형 헬기는 250억원가량이다. 산림청은 관련 예산을 확보해 2027년까지 산림헬기를 58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날 강릉 산불처럼 강풍이 불 때는 헬기 투입이 어려워 고성능 산불진화차를 동원해야 한다. 초대형·대형 헬기는 초속 20m 이상, 중형 이하 헬기는 초속 15m 이상 바람이 불면 뜰 수 없다. 강릉 산불 때도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헬기 투입이 지연됐고, 오후 3시쯤에야 초대형 헬기 3대를 띄울 수 있었다.

산불진화차는 산림청이 3대, 소방청이 22대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산불진화차 역시 차량 수입과 개조에 1년 이상 걸리고, 대당 7억5000만원의 고가라 빠른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산림청은 예산 68억원을 들여 산불진화차 6대를 이달 중 도입하고, 연말까지 9대를 추가해 모두 18대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소방청 역시 올해 22대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와 산불진화차를 지속해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