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용산 졸속 이전 보안 취약” 與 “다른 나라도 사실무근 입장”

입력 2023-04-13 04:07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의료법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현규 기자

여야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을 놓고 충돌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으며 “선의의 도·감청도 있느냐”면서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미국의 도·감청을 당했다는 다른 동맹국들도 허위정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상황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이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반격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의 주권과 국익 차원에서 국민이 납득하실 수 있는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김 차장의 발언에 대해 “선의를 가지고 도·감청했다는 정황은 있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불법 도청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도청이 이뤄졌는지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국에 정부의 태도는 비굴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대통령실은 유출된 자료의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했는데, 미국은 ‘일부’가 위조됐다고 한다”며 “사실 확인도 다 안 된 상태고, 미국도 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실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의 우방국 등 자유 민주주의 연대에 혼란을 주는 사안으로 생각된다”고 ‘제3국 개입설’을 꺼냈다.

김 의원은 또 박 장관에게 “이런 내용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정치공세로 삼는 (다른 동맹) 국가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유출 문건 대부분이 허위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입장이고, 이스라엘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라며 “프랑스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대통령실을 미군기지가 있는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도·감청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놓고서도 충돌이 벌어졌다. 야당 간사인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결국 대통령실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우려한 대형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청사 주변에 외국 공관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정부기관이 도·감청에 취약하다는 견해는 잘못됐다”며 “외국 정부 기관에 대한 불필요한 혐오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부가 먼저 ‘미국이 안 했다, 불법 도·감청 안 했다’고 방어해줄 필요가 없다”면서 “비공식적으로라도 (미국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진상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사실이라면 (미국에)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유출된 문서에 등장하는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의 회의 출석 문제를 놓고서도 공방을 벌였다.

이동환 박성영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