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가 작은교회 살린다”… 분당우리교회 또다른 파격 실험

입력 2023-04-13 03:00
이용호 은계나눔교회 목사가 12일 저녁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 송림본당에서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 목사를 시작으로 ‘꿈 너머 꿈 프로젝트’ 지원대상 교회로 선정된 5개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다음달 10일까지 수요예배 때마다 설교자로 나서 교회 성도들과 만날 예정이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해 교회를 29개로 쪼개 분립했던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가 1년 만에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건강한 작은교회를 지원하고 키워나가는 이른바 ‘꿈 너머 꿈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이 프로젝트의 골자는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사역하는 출석교인 50∼100명인 교회를 초교파적으로 선정해 재정(교회당 4억원) 및 건강한 성장을 위한 양육 프로그램, 복음적인 설교 방법, 목회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분당우리교회는 장로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와 목회 멘토단을 꾸렸다. 올해 안에 수도권 지역 11개 교회를 선정해 지원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전국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면서 ‘건강한 작은교회살리기’ 운동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내 11개 교회 선정, 전국 확대

131개 지원 교회 중 이미 1차로 5개 교회가 선정됐다. 은계나눔교회(이용호 목사) 이름없는교회(백성훈 목사) 한사람교회(서창희 목사) 여정의교회(서명수 목사) 예수다솜교회(박두진 목사) 등이다. 이들 교회 목회자는 12일 이용호 목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10일까지 수요예배 때마다 설교를 통해 분당우리교회 교인들과 만난다.

이날 수요예배 첫 설교자로 나선 이 목사는 경기도 성남의 송림고 강당에 마련된 교회 예배당을 찾은 교인 300여명 앞에서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했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온라인예배 동시 접속자는 1500여명에 달했다.

이 목사는 “작은교회를 살리기 위해 분당우리교회가 시작한 ‘꿈 너머 꿈 프로젝트’를 ‘한국교회 살리기’ 운동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 일을 위해 저와 여러분이 함께 먼저 ‘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죽어야 한국교회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죽을 때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많은 열매를 맺으시고 살아나게 하시며 결국 하나님께서 모든 영광을 받으실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목사는 이날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요 12:26)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하나님 앞에 귀하게 쓰임받는 성도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선정된 5개 교회는 모두 수도권 지역 상가에 입주한 교회이다. 예수다솜교회와 한사람교회는 2015년, 이름없는교회와 은계나눔교회는 2017년, 여정의교회가 2018년 각각 개척했다. 이들 교회의 교세는 50명 이상으로 개척 이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건강하게 성장해 온 특징이 있다.

“목회역량·비전·건강성 중점 살펴”

선정위원회와 멘토단은 지난해 8월 심사를 시작해 평판조사·심층 인터뷰, 목회자 세미나, 예배현장 실사 등을 거쳐 지난달 중순 최종 지원대상 교회를 선정했다. 멘토단 간사를 맡은 양승언 다움교회 목사는 “목회 역량과 교회 비전, 건강성 세 가지를 비롯해 건강하게 성장할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면서 “주민들에게 ‘동네에서 참 좋은 교회’로 인정받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멘토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찬수 목사도 “(한국교회가) 1970~80년대 큰 부흥기를 지났고 이제는 더이상 그때와 같은 부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기존 교회가 주변의 작은교회를 도와야 한다”면서 “프로젝트를 올해 수도권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전국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려는데, 많은 교회들이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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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