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조금만 관심 가지면 작지만 건강한 교회, 더 키울 수 있어”

입력 2023-04-13 03:06
지난해 29개 교회를 분립개척해 내보낸 분당우리교회가 1년 만에 ‘건강한 작은교회 살리기’ 운동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이찬수 목사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 드림센터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가진 대담에서 ‘꿈 너머 꿈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해 29개 교회를 분립해 내보낸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의 실험은 교계 안팎에 큰 울림을 준 동시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작지만 건강한 교회’에 관한 관심도 불러 일으켰다. 분당우리교회는 분립개척 1년 만에 ‘꿈 너머 꿈 프로젝트’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의 선봉에 선 이찬수 목사가 지난 11일 분당우리교회 드림센터에서 국민일보와 대담을 갖고 건강한 작은교회 살리기 캠페인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지난해 이맘때 ‘1만 성도 파송 예배’를 드리면서 “이제 분당우리교회를 잊어주세요”라고 울먹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9개 교회로 분립한 지 꼭 1년이 됐다. 나도 이들 교회를 잊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29개 교회는 독립된 교회이기에 의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이미 자립해 지역에서 사역을 잘하고 있다고 한다. 각각 교회에 주신 사명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저기 알려지기보다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맡겨진 일을 할 뿐이다. 29개 교회가 모두 건강한 정신 안에서 잘 성장하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주민과 이웃교회에 본이 되고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사역을 해 달라.”

-분립 1년 만에 또 다른 실험에 나서는데. ‘꿈 너머 꿈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지난해 교회 분립을 준비하면서 당초 40개 교회 분립을 계획했었지만 진행 중 ‘30개 분립’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하지만 목사님 한 분이 사정이 생겨 최종적으로 29개 교회를 분립했다. 그런 뒤 늘 마음 속에 ‘11개 교회’가 짐으로 남았다. 고민 끝에 11개 교회는 또 다른 분립이나 개척보다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교회를 도와 이들이 더욱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게 바로 ‘꿈 너머 꿈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5월 분립교회 감사예배를 드린 뒤 29개 교회 목회자들과 분당우리교회, 소속교단인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 등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지난 주일 예배에서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면서 ‘조금만 더 후원하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이 시대에는 과거처럼 ‘불같은 부흥’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미 자리 잡은 교회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도와야 한다. 기존 교회가 작은교회를 지원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 조금만 더 도우면 더욱 건강한 교회로 성숙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올해 11개 교회를 발굴해 후원하고 내년에는 전국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싶다. 이미 5개 교회를 발굴했다. 이런 무브먼트(운동)가 확산하길 소망한다.”

-수도권의 10년 미만 개척교회가 1차 지원 대상이다. 지원교회 규모와 선정방식 등이 궁금하다.

“공정한 선정을 위해 장로님들이 참여하는 선정 위원단을 꾸렸고 외부 멘토단도 구성했다. 이분들에게 의뢰해 지원 대상교회를 선정한다. 분립한 29개 교회 목사님들도 참여한다. 내 권한은 없다. 선정된 교회에는 각각 4억원의 재정 지원과 건강한 성장을 위한 양육 프로그램, 복음적인 설교 방법 공유, 멘토링 등을 지원한다. 1차 선정된 5개 교회 목사님들이 12일 수요예배 때부터 5주 동안 분당우리교회에서 차례대로 설교한다. 이분들의 설교도 홍보해 전국에 이런 교회가 있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다.”

-‘꿈 너머 꿈 프로젝트’를 국민일보와 함께 캠페인으로 진행하는데.

“프로젝트 취지를 잘 전파하고 싶어 국민일보와의 협력을 제안했다. 더불어 언론을 통해 이런 사역이 많이 알려져 우리 교회뿐 아니라 다른 교회들의 관심과 동참도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건강한 교회를 더욱 건강하게 키우는 일이 모두의 관심거리가 되길 바란다.”

-코로나 3년을 거치면서 한국교회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 교회가 어떻게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까.

“저부터 죄인이라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나라에 불같은 부흥을 주셨는데 이걸 유지하지 못하고 신뢰도가 떨어졌다. 유구무언이다. 다시 빛과 소금 역할을 하며 신뢰도를 회복하는 건 어마어마한 비법을 캐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하면 답이 있다. 우선 ‘믿는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믿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살고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빛과 소금 역할을 하자는 건 ‘생팔’을 잘라 드리는 헌신이 아니라 변화된 삶을 각자의 삶 속에서 드러내면 되는 것이다.”

-코로나 3년을 지나며 이찬수 목사님의 유튜브 설교 조회 수가 1위라는 통계가 있다.

“몰랐다. 유학 간 분들이나 주재원으로 외국에 나간 분들이 지역에 한인교회마저 없다면 모국 교회의 유튜브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다. 그런 분들이 보시는 것 같다. 교회를 분립하고 교인 1만명도 파송하는 와중에 유튜브로 설교를 송출하는 게 맞는지 늘 고민이 된다. 다만 여전히 몸이 불편하거나 주일에 일을 해야 해서 교회에 나오기 어려운 분들이나 해외에 계시는 분들에게는 유튜브 설교가 필요한 것 같다.”

-최근 미국 애즈버리대 부흥이 화제가 됐고 지난달 국민일보가 마련한 부산 갓플렉스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도 4시간 동안 뜨겁게 찬양하고 간증을 듣기도 했다. 이런 부흥의 불씨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이런 움직임이 사실 오래전부터 계속 있었고 전국 곳곳에서도 몸부림처럼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부흥의 불씨들이 정치색을 띤 목회자 등에 가려지면서 결국 도매금으로 넘어가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 또한 부흥의 엄청난 불씨가 되지는 못할지언정 부흥에 걸림돌이 되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청년들의 사기를 꺾는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 모두 조심하고 자중하자. 우리 먼저 자중하고 회개한다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불씨가 어느 순간 큰 부흥의 불길로 일어날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1인 시위에도 동참했는데.

“가장 중요한 이슈가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이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된 건 기성세대 목사들이 잘못한 이유도 있지만 악한 물줄기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동성애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파생된 상상하기 어려운 흐름이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일어나는 걸 보고 있다. 1인 시위 하게 된 건 뭐라도 몸부림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최근 4주 교육과정으로 학부모 대상 동성애 교육을 했다. 그랬더니 다른 교회에서 자료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옳은 가치관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

-끝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면.

“옥한흠 목사님이 종종 ‘나는 그럭저럭 목회했지만, 목회를 마무리할 때가 되니 후배들 걱정이 앞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사이 세월이 흘러 내가 60대가 되고 보니 옥 목사님 말씀이 더 생각이 난다. 선배들의 말씀이 지금 내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금 막 목사 안수받고 개척하는 목사님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안쓰럽다. 말씀을 믿고 의지하고 버티는 게 가장 기본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돌아보면 나도 버텼었다. 물론 은혜의 샘 안에서 버텨야 한다. 그리고 정도를 걸어가 달라. 막막하고 힘들겠지만, 이 원칙을 지켜야 멈추지 않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신앙생활이 힘들 때다. 하지만 너무 어두운 게 오히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울수록 아주 작은 불빛이 주는 희망의 크기를 느낄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악했던 왕이 아합이었지만 그때 하나님은 엘리야를 보내 희망을 주셨다. 희망을 꿈꾸길 바란다. 긍정적인 면을 바라고 힘을 낼 수 있길 기도한다.”

성남=정리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