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상장 대가로 수십억원대 뒷돈을 주고받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 전 임직원들의 조직적 비리가 드러났다. 상당수 ‘김치코인’의 뒤에 시세조종 세력이 있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이승형)는 11일 코인원 전 임직원 2명과 코인 상장 브로커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월부터 국내 3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의 상장 리베이트 거래 의혹을 수사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코인원 전 상장 담당 이사 전모씨는 2020년부터 2년8개월간 브로커 고모씨와 황모씨로부터 ‘상장피’(상장을 대가로 거래소 측에 건네는 뒷돈) 명목으로 20억원을 받고 시세조종 작업이 예정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혐의를 받는다.
코인원 전 상장팀장인 김모씨도 2년5개월간 10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상장피로 받은 코인을 차명 계정으로 현금화한 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빌라를 구매하는 등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상장이 예정된 코인을 브로커를 통해 발행재단으로부터 싼값에 미리 사둔 다음, 상장 후 시세조종을 통해 가격이 올라가면 팔아서 이득을 얻기도 했다. 거래소가 코인 발행 업체의 시세조작, 이른바 마켓메이킹(MM)을 조장·방조한 셈이다.
브로커 고씨와 황씨는 사실상 코인원의 상장 알선권을 독점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상장에 관여한 코인만 29개가 넘는다. 한때 코인원에서 거래되는 코인의 8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특히 고씨가 상장을 청탁한 코인 중에는 최근의 ‘강남 납치·살해 사건’ 범행 동기가 된 퓨리에버 코인도 포함됐다. 퓨리에버는 2020년 11월 13일 코인원에 상장됐다.
검찰은 퓨리에버 코인도 두 차례 시세조종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 관계자는 “퓨리에버 코인도 발행재단의 재정 상황이 불량했지만, 거래소에 단독 상장했다”며 “상장 직후 MM을 통한 고점 매도 행위로 다수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했고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사건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코인업계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한국 코인 시장에 MM 작업이 만연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상장 초기에 거래량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매도와 매수 사이 공백이 있을 경우 호가를 메워주는 작업을 허용한다”며 “엄격한 조건으로 하게 돼 있지만, 코인과 관련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시세조종이 횡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