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필리핀, 최대 규모 합동군사훈련… 남중국해서 中 견제

입력 2023-04-12 04:04
마빈 리쿠딘(왼쪽) 필리핀 육군 소장과 에릭 오스틴 미 해병대 소장이 11일 필리핀 퀘존시 군사본부에서 열린 합동군사훈련 개막식에서 손을 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이 종료된 지 하루 만에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인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 BBC 등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이날 1만7600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하는 ‘발리카탄’ 연례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는 미군 1만2200명, 필리핀군 5400명, 호주군 111명 등 지난해보다 약 두 배 많은 병력이 참가한다. 발리카탄 훈련 역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전함, 전투기, 패트리엇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이 투입된다.

필리핀은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중국과 밀착하면서 발리카탄 훈련 규모를 축소했지만 지난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뒤 다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훈련의 방어 목표인 필리핀 서쪽 바다는 주변 국가들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방면이다. 중국과 필리핀뿐 아니라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도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필리핀과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고 대만 주변 중국군의 움직임을 감시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훈련이 확대됐다.

미국은 지난 2월 필리핀과 강화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맺고 필리핀 북부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사용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중 3곳이 대만과 불과 400여㎞ 떨어진 남중국해의 해안가로, 사실상 중국의 턱밑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두 나라의 밀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필리핀 주변에 미군 배치가 강화되는 데 대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줄어들고 긴장이 고조될 뿐”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필요 이상의 긴장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이번 훈련은 우리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며 미국에 제공되는 기지가 공격적인 행동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의 또 다른 국가인 베트남과의 관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는 14~16일 베트남을 찾아 하노이에 새로 짓는 미국 대사관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큰 동남아 국가 모임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베트남과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