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돌봄노동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종사자들은 여전히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시설·방문요양보호사, 노인생활지원사, 아이돌보미,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다양한 돌봄노동자의 현실 토로가 이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민간으로 돌봄을 떠넘기고 있다”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등의 목소리를 냈다.
2018년부터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해온 이미영씨는 “아들 방 청소 같은 온갖 집안일에 김장, 베란다 창문 닦기까지 해야 했다”며 “센터에 하소연하면 업무태도를 문제 삼아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해오기 일쑤다. 장기입원 등 어르신 사정으로 업무가 중단되는 일이 흔한데, 그달은 월 60시간을 채우지 못해 4대 보험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역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조길순씨도 “3교대로 주간에는 10명, 야간에는 20명의 어르신을 돌본다”며 “고된 노동강도에도 요양보호사는 현장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업무직이라며 무시당하고 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가정 방문 아이돌보미로 일하는 오주연씨 상황도 비슷했다. 그는 “2019년도부터 근로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처우가 열악해 10명 중 8명이 퇴사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장기간 일해도 별도의 경력수당이 없고, 일을 연계받을 수도 없는 체계”라고 지적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이문인씨 역시 “교체 및 해고가 쉬운 구조로 인한 상시적 고용불안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1200여명의 돌봄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92%가 비정규직이었다. 특히 방문 돌봄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월 100만~159만원에 머물렀다.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돌봄노동자는 대부분 근무지 이동시간이나 추가 근무에 대해 임금을 받지 못한다. 이용자 사정에 의해 휴업·해고를 당했을 때 법정수당을 받은 경우는 14%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돌봄노동자의 적정한 노동조건에 대해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