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도 예약하는 챗GPT… ‘오픈 AI판 앱스토어’ 열린다

입력 2023-04-12 21:08

오픈AI가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플러그인’ 출시를 예고하면서다.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챗GPT 생태계 속으로 직접 들어가 쇼핑, 예약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AI 시대의 앱 스토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경제·산업에 미칠 파장을 주목한다.

오픈AI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챗GPT 플러그인’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플러그인은 특정 기능을 실행하도록 하는 일종의 확장형 프로그램이다. 콘센트에 코드를 꽂는 것처럼 기존 프로그램에 부가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라 플러그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으로 외부 기업에서 만든 서비스나 기능을 끌어와 챗GPT에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외부 기업들이 챗GPT에 입점할 수 있도록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기업에서 챗GPT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끌어와 자신들의 서비스에 적용했다. 이용자는 각 서비스를 별도 실행해야 했다. 이와 반대로 플러그인 방식은 이용자가 챗GPT 서비스에 접속하기만 하면, 다양한 기능을 선택·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익스피디아를 선택해 채팅으로 여행계획을 입력하면 챗GPT가 일정과 가격을 검색한 뒤 예약까지 대신 해준다. 단순히 답변만 해주던 챗봇 서비스가 예약이라는 행동까지 수행하는 종합 플랫폼 서비스로 진보하는 셈이다.


12일 기준으로 오픈AI에서 공개한 플러그인은 익스피디아(호텔·항공권 예약), 인스타카트(장보기), 스픽(언어 교육), 오픈테이블(식당 예약) 등 11종에 이른다.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 코드 인터프리터(데이터 분석·시각화) 플러그인도 지원할 예정이다. 오픈AI는 홈페이지를 통해 플러그인에 참여할 기업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챗GPT 플러그인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IT 서비스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내놨을 때의 변화와 맞먹을 정도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앱을 사고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자 모바일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같이 챗GPT 플러그인이 AI 기술 대중화의 수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는 관측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IT기업들은 발 빠르게 챗GPT 플러그인 생태계에 안착하려는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챗GPT 플러그인에 입점하기만 하면 AI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 열풍 흐름을 탄 선도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챗GPT 플러그인에 들어가기 위한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IT기업들의 긴장감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챗GPT 플러그인 생태계가 커질수록 자사 앱만을 반드시 사용토록 하는 서비스가 아닌 이상 챗GPT 플러그인에도 필수로 입점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 경우 기업들은 앱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시장에서도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다. 또 오픈AI가 아직 플러그인 등록을 무료로 하고 있지만, 향후 수수료 등을 적용하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는 점도 IT 업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