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채굴한다” 100억 꿀꺽… 다단계에 돌려막기까지

입력 2023-04-12 04:03

가상화폐(코인) 채굴 사업을 미끼로 1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21년 10월 온라인 도박장 개장 사건을 수사하다가 해당 코인 투자 사기 관련 단서를 포착했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희찬)는 사기·유사수신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블록체인 업체 대표 A씨(39)와 직원 등 9명과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전국망을 갖춘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1년간 피해자 1429명에게 약 93억원 상당의 코인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와 법인 재무이사는 투자자들로부터 챙긴 코인 등 47억원가량의 법인 재산을 빼돌려 은닉하거나 개인 빚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일당은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파일코인’ 채굴 사업에 투자하면 코인을 캐내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약 93억원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끌어모았다. 이들은 투자자 모집책, 투자 홍보책, 채굴기 관리 및 전산 관리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

A씨 등은 코인 채굴기의 용량이 부족해 약속한 코인을 지급할 수 없는데도, 실제 채굴이 이뤄진 것처럼 전산 시스템에 코인 채굴 현황 등을 허위로 입력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기존 코인 사업이 어려워지면 또 다른 코인 사업을 홍보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기존 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후발 사업 투자금을 끌어다 수익 명목으로 지급해 사업이 정상적인 것처럼 속였다. 또한 동일한 투자사업 내에서도 다단계 투자방식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게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코인 채굴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 추적 기법을 동원해 구체적 범행 수법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다수의 서민 피해와 직결되는 가상자산 범죄에 엄정 대응해 유사 피해 방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