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금리 2연속 동결을 경기 회복 계기로 삼기를

입력 2023-04-12 04:0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에 내놓은 1.6%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가 고물가 현상보다 경기 침체 문제를 훨씬 심각하게 보고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 행진을 보이고 있고 경상수지도 11년 만에 1∼2월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와 광공업생산지수도 하강 추세다. 수출과 내수 모두 쌍끌이 부진을 겪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빈발하는 글로벌 은행 위기도 실물 경기에 부정적이다. 반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은 1년 만에 최저가 됐다. 4%대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해도 현 상황을 고려하면 경기 회복에 초점을 둔 한은의 기준금리 운용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미 금리차 확대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잇단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 인상 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연준이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가장 큰 1.75% 포인트로 벌어진다.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으로 수입물가와 외환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도 한은이 경기 활성화 쪽에 손을 들어준 만큼 정부 정책이 더욱 중요해졌다. 수출 지원과 투자 증대에서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무역금융 지원 및 규제 완화책을 서둘러야 한다. 서민 민생 회복 방안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리 동결을 마중물로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터널에서 속히 빠져 나오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