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동 지역 최대 우방국인 이집트가 러시아에 비밀리에 다연장로켓포탄 4만발을 공급하려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유출된 국방부 기밀 문건을 분석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급 기밀(top secret)’이라고 표시된 미 국방부 문건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러시아 측에 전달할 로켓포탄을 최대 4만발 생산할 것을 정부 담당 부처에 지시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 같은 지시와 함께 ‘서방과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로켓포탄의 생산과 선적 과정을 반드시 비밀리에 진행해야 하며, 생산공장 근로자들에겐 로켓이 이집트군을 위해 쓰일 것이란 점을 명확히 설명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신문은 “엘시시 대통령이 대화한 상대방은 군사물자 생산 담당인 모하메드 살라 알딘이란 인물로 보인다”면서 “유출 문서에는 러시아인들이 살라 알딘에게 ‘무엇이든 살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고 전했다.
엘시시 대통령의 지시가 진행되는 동안 로켓포탄을 선적할 러시아인이 이집트에 머물렀다는 내용도 문건에 기록됐다. 이 로켓포탄은 러시아의 그라드(Grad) 다연장로켓포와 호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는 채팅 앱 ‘디스코드’에 지난 2∼3월 게시된 이미지 파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집트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양측과 동등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게 이집트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신문은 이집트의 이 같은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는지는 불명확하다면서도 “미국과 이집트 관계가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세라 마곤 오픈소사이어티재단 미국외교정책국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동맹국이 러시아에 로켓을 의도적으로 전달하려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이집트에 안보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