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5> 혼인집의 신랑

입력 2023-04-11 03:06
‘가나의 혼인잔치’ 파올로 베로네제 作.

하루는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와서
예수님께 불만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우리와 바리새인들은 금식하는데
왜 선생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않습니까

그 질문에 예수님이 대답하신다
혼인 예식에 온 신랑 친구들이
혼인집의 신랑과 함께 있는데
어찌 슬퍼하며 금식할 수 있겠느냐

그래도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묻는다
우리와 바리새인들은 자주 금식하는데
우리와 달리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웃으며 즐겁게 먹고 마십니까

예수님이 다시금 대답하신다
신랑과 함께 있는 지금은 슬퍼하지 않지만
언젠가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오면
그때는 크게 슬퍼하며 금식할 것이다

혼인집에서 신랑과 함께 있을 때는 굳이 금식할 필요가 없다.

<해설> 혼인집의 신랑 비유다(마 9:14-15; 막 2:18-20; 눅 5:33-35). 여기서 ‘혼인집의 신랑’은 예수님, ‘혼인 잔치의 손님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가리킨다. 유대인의 혼인 잔치는 7일간 지속됐다. 당시 세례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들은 일주일에 두 번(월요일, 목요일) 규칙적으로 금식했고 거국적인 금식일(속죄일, 부림절 전날, 예루살렘 함락을 추념하는 아빕월 9일)에 금식했으며 이 외에도 수시로 금식했다. 그런데도 예수님의 제자들은 금식보다는 먹고 마시는 일을 즐기는 것 같아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이에 예수님은 제자들이 자신과 함께 있는 기간, 곧 천국 복음이 전파되는 기간을 ‘혼인 잔치’에 비유하셨다. 그런 잔치 중에는 금식이 적절치 못하고 자신이 십자가에 죽으면 제자들이 슬픔에 빠져 금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변하신 것이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