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일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발족하면서 “우리 사회가 마약 확산에 적시 대응하지 않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세대까지 파고드는 마약 범죄를 지금이라도 뿌리 뽑지 않을 경우 사회기반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자 정부가 다시 한번 ‘전쟁’에 나선 것이다.
특수본 공동 본부장을 맡은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이날 마약범죄 유관기관 협의회에서 “마약사범이 급증해 지난해 역대 최악인 1만8325명을 기록했다”며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류를 마시게 하는 신종범죄마저 등장하면서 국가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특수본이 마약 수사의 지휘부 역할을 맡고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검찰(377명), 경찰(371명), 관세청(92명) 등 마약 수사 전담인력 840명으로 구성된다. 검찰은 해외기관과 연계한 대규모 마약 밀수 단속, 경찰은 현장 중심 유통·투약 단속, 관세청은 공항·항만 밀수 단속에 각각 장점이 있는데 이런 역량을 결집한다는 구상이다. 마약 사건은 투약 사범부터 공급 사범, 밀수 사범, 제조 사범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범정부 역량을 모아 수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마약사범이 1만8000여명 검거됐는데,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55만건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명맥이 끊겼던 마약 수사를 다시 이전 수준으로 연결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검에 따르면 올해 1~2월 마약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64명과 비교해 32.4% 늘어난 2600명으로 집계됐다. 마약류 압수량은 올해 1~2월 176.9㎏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2.4㎏) 대비 57.4%나 증가했다. 특히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중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5년 만에 2.4배 늘었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4배 증가했다.
정부는 청소년 상대 마약 공급 사범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특수본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수사 착수부터 재판까지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대규모 현장 수사를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참고해 ‘기억력·집중력 향상’, ‘수험생용’, ‘다이어트약’ 등과 관련된 온라인 모니터링도 강화된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마약 수사권이 박탈당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시행령 개정으로 다시 마약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했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은 재벌가 3세들이 연루된 마약 사건을 적발하는 등 마약 직접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한 장관은 “마약은 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6일 전국 검찰청에 “미래 세대를 포함해 사회기반이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마약범죄에 신속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박재현 이형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