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권총 한꺼번에 뚫린 부산항

입력 2023-04-11 04:03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이 10일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압수한 마약과 총기, 실탄을 전시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1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과 권총, 실탄을 이삿짐으로 위장해 국내로 밀반입한 4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에서 마약과 총기류를 함께 밀수하려다 적발된 건 처음이다. 최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청소년 상대 ‘마약음료’ 배포 사건이 발생하는 등 마약이 일상까지 위협하자 정부는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출범하고 ‘마약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10일 필로폰 3.2㎏(시가 약 8억원) 등을 몰래 들여온 장모(49)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영주권자인 장씨는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일하다 귀국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필로폰과 콜트45구경 권총 1정, 실탄 50발 및 모의권총 6정을 소파 등 이삿짐에 숨겨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선박편으로 보낸 이삿짐은 두 달 뒤 부산항에 도착했으며, 당시는 적발되지 않았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범죄첩보를 입수하고 미국 마약단속국(DEA)과의 공조로 신빙성을 확인한 뒤 지난달 28일 장씨를 긴급체포했다. 서울 노원구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밀반입 약 반년 만이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총기는 필리핀 암스코르사 제품으로 유효사거리 100m의 살상용 권총으로 파악됐다. 장씨는 총기를 들여온 이유는 함구하고 있고, 필로폰은 친구가 보낸 이삿짐 속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대량유통 및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총기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말했다. 필로폰의 경우 국내 판로를 찾지 못해 유통은 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마약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날 대검찰청 청사에서 마약범죄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마약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발족했다. 특수본 공동본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이 맡는다. 검찰·경찰·관세청의 마약 수사 전담 인력 840명이 투입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