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소아청소년과 운영비를 지원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 지원사업 예산이 연간 10억원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시설이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취약지 24곳 중 17곳은 분만 시설이 부족한 곳으로도 분류됐다.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줄이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탓에 초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2023년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 지원사업 예산은 5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9억원이던 예산이 올해 13억원까지 늘었지만 이는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저출생 대응 예산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는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차로 1시간 이내에 도착하기 어려운 소아·청소년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곳을 말한다.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는 인천 옹진군, 경기 연천·가평·양평군, 강원 평창·화천·인제군 등 24곳이다.
이 중 17곳은 A등급 분만 취약지로도 지정된 곳이다. A등급 분만 취약지는 1시간 내 차로 분만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인구가 30%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분만 취약지인 동시에 소아청소년과 취약지인 17개 군·구는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어려운 의료 사각지대인 셈이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1년에 2억5000만원의 인건비가 지원된다. 전문의 1명, 간호인력 5명, 임상병리사 1명, 방산선사 1명, 약사 1명, 영양사 1명 등 총 10명이 근무해야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관 상황에 따라 간호인력의 겸직근무는 일부 인정되지만 전문의와 간호인력은 전담인력이 원칙이다.
문제는 의료취약지 근무를 희망하는 의료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취약지 대부분이 교통, 문화 등 생활 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선호 지역 근무를 감당하게 할 경제적 보상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인 한 의사는 “전문의 1명에 운영지원비(2억5000만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안해도 수도권에서도 의사를 구할 수 없다”며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취약지 개선은 적극적인 정책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임선미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정부는 의료취약 지역의 의료인력 확보를 의료기관에만 맡기지 말고 의사들이 그 지역에 지속적으로 종사하기 위한 지원모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1일 필수의료 취약지 발표 및 공공의료 확충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의료계에선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보호자 의견이 비교적 강하게 제기되는 소아 환자 치료 과정 등을 이유로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전반적인 업무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