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 10t으로 유충 2t 생산… 가공 거쳐 동물사료로

입력 2023-04-11 04:03 수정 2023-04-11 04:03
아메리카 동애등에 유충을 가축 사료로 가공하는 시설. 아래 사진은 아메리카 동애등에 성충. 엔토모 제공

지난 5일 충북 청주 청원구에 있는 농업 분야 사회적기업 엔토모의 1층 사육장. 264㎡(80평) 규모의 공간에 0.5m 길이의 플라스틱 통 수십 개가 빽빽이 쌓여 있었다. 그 안에는 흰색 ‘아메리카 동애등에’ 유충(애벌레)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박기환(36) 엔토모 대표가 유충 무리를 손으로 헤집었다. 구멍이 뚫린 녹색 빛깔의 막대가 드러났다. 주변 공장 등에서 공수한 음식물 쓰레기를 빻은 가루를 통에 붓자 유충들이 구멍 안으로 몰려가 식사를 했다. 다른 먹이는 필요하지 않다. 생활 잔반 10t 가량을 투입하면 총 2t 무게의 유충을 키울 수 있다.

사육을 마친 유충 가운데 90%가량은 가공을 거쳐 돼지나 생선, 닭의 사료로 판매된다. 실제로 사육장 한편에선 기계를 활용해 유충을 빻거나 기름으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나머지 10%는 성충으로 키운 뒤 교미를 통해 유충을 추가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박 대표는 “동애등에는 다른 가축 사료와 비교해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해 동물에게 좋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아메리카 동애등에와 벼메뚜기를 가축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갈색거저리와 장수풍뎅이 등 14종의 곤충만 가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축으로 지정된 곤충을 사육하는 경우 취득세·지방세 50% 감면과 농어촌특별세 비과세 혜택 등이 주어진다.

정부가 곤충을 가축으로 편입하는 배경에는 기후 변화와 경작지 감소로 농·축산업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곤충이 있다. 곤충은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 기간(2~4개월)이 짧다. 또 사육에 필요한 면적이나 먹이량도 적다. 식용 곤충이 함유한 영양성분은 최대 80%에 달해 사료나 반려동물 먹이로 적합하다.

국내 곤충업 시장도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곤충업을 신고한 농가나 법인 숫자는 2017년 2136곳에서 2021년 3012곳으로 증가했다. 국내 곤충 판매액은 2021년 기준 446억원으로, 2020년(414억원) 대비 7.7% 늘어났다. 내년 전세계 곤충 시장도 2조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이에 발맞춰 지난해 말 곤충 산업을 관장하는 그린바이오산업팀을 새로 꾸렸다. 김기연 그린바이오산업팀장은 10일 “민관 협업을 바탕으로 곤충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더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