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달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하면서 2015년 입지 발표 이후 8년간 답보 상태였던 제2공항 추진 절차가 재개됐다. 하지만 도내에선 극단적인 찬반 대립이 현재진행형이다. 찬성론자들은 제2공항이 도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입장인 반면 제주의 상징인 자연을 훼손하는 사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2공항에 대해 “제주는 서귀포시 강정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경험했다. 과거와 같은 갈등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제주도가 가진 모든 법적,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제주와 도민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주 제2공항 갈등이 첨예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개발과 보존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문을 더 활짝 열어야 제주도가 발전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자연을 잘 보전해야 제주의 가치가 지속된다고 본다. 양적인 관광객 확대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제2공항이 서귀포시 발전을 이끌어 제주도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건설경기 부양 등 여러 시각이 얽혀 있는 문제다.”
-제2공항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지난달 환경부가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안)을 공개하고 제주도에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도는 국토부의 기본계획(안)과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등을 공개하고, 5월 말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의견 수렴을 마치면 도는 제2공항 추진이나 제2공항 조성·운영 참여방식, 공항 운영수익 배분방식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고 수합된 도민 의견을 첨부해 국토부에 발송한다. 국토부와 제주도가 기본계획(안) 합의를 이루면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고시한다. 이후 국토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2공항 실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제주도의회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도의회가 부동의하면 제2공항 사업은 중단된다. 현재 도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 찬반 양측이 한자리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총 네 차례 도민경청회를 열기로 하고, 현재 두 차례 개최했다. 경청회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한다.”
-제주지사가 제2공항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도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도민 이익과 갈등 해소를 최우선에 놓고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제2공항은 2015년 국토부가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입지와 건설 방안을 발표한 이후 오랫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현안이다. 도지사가 지금 시점에서 찬반을 결정하는 것은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주는 강정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경험했다. 제2공항으로 그런 갈등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민 숙의 과정을 통해 찬반을 뛰어넘는 해법을 모색하겠다.”
-주민투표를 해야 갈등이 종식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현시점에서 주민투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주민투표 논쟁이 먼저 불거지면 현재 진행되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워진다. 제2공항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보완 용역 내용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후 주민투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논의를 시작하겠다.”
-행정체제 개편과 ‘15분 도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 17년이 지났다. 도지사가 모든 문제를 결정하는 체제가 되면서 도민 스스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가 되면서 지역 간 경쟁이 줄고, 균형발전이 저해되거나 지역주민에 대한 책임 행정이 축소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이 추진 중이다. 단계별로 48차례 도민경청회를 진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민과 연구진이 제주형 행정체제 모형안을 설계하고, 행정체제 구역안을 설정해 연말쯤 최종 권고안이 채택될 것이다.”
-‘15분 도시’ 구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구체적인 방향을 알려 달라.
“15분 도시는 15분 이내 이동 가능한 거리에 학교나 병원 등 기초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보행과 교통 접근성 등을 개선해 나가는 정책이다. 생활권 단위로 도시를 관리해 도민 행복지수를 높이고 균형발전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제주형 15분 도시 기본구상 조성 용역’이 시작됐다. 내년 2월이면 결과가 나온다. 현재 도가 추진 중인 스마트 환승허브 시스템, 버스간선체계 효율화 등도 15분 도시와 연결된 작업이다.”
-도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사람들은 제주를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이제는 도민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 돼야 한다. 공약과 모든 현안은 관행을 넘어 도민이 결정한다는 대원칙 아래 추진하겠다. 제2공항도 국토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이지만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업이다. 제주도가 가진 모든 법적,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제주와 도민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을 찾겠다.”
‘서귀포 성산읍’ 입지 발표 8년 만에 재추진
제주 제2공항은 개항하게 되면 현재 제주공항이 맡고 있는 항공 수요의 절반을 부담할 전망이다. 연간 1992만명, 화물 12만t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1992만명은 2055년 기준 제주 전체 항공여객 수요 예측량인 4108만명의 절반이다.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보면 제2공항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550만6000㎡ 부지에 6조6743억원을 투입해 활주로(3200m×45m) 1본과 계류장(항공기 44대), 여객터미널(16만7381㎡), 화물터미널(6920㎡)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제주 관광객이 늘자 국토부는 2014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사업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쳐 이듬해 11월 성산읍 일대를 예정지로 발표했다. 국토부는 2019년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그해 9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조류와 맹꽁이 서식지 보호 방안 등이 부족하다며 수차례 보완을 요청하다 2021년 최종 반려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올해 초 국토부가 보완서를 제출하고 환경부가 수용하면서 재추진이 결정됐다.
현재 국토부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에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 제시를 요청한 상태다. 앞으로 국토부는 제주도와 제2공항 운영자 선정, 기존 제주공항과 제2공항 간 역할분담 방안, 공항 운영수익 일부의 제주도 환원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하면서 실시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내건 만큼 국토부가 실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어느 만큼 반영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