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님 대신 ‘JY’나 ‘재용님’이라고 불러 주세요.”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경영진과 임원을 부를 때 영어 이름 또는 ‘님’자만 붙이도록 하는 호칭 가이드를 시행하고 있다. 사내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JH’로, 경계현 대표이사는 ‘KH’로 불린다. 이 지침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직원들에게 “회장님 대신 영어 이름인 ‘토니’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회장님, 전무님 같은 딱딱한 호칭을 없애는 ‘직급 파괴’ 노력의 일환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와의 소통 확대를 위해 기업 오너들부터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MZ세대에서 가장 선호하는 경영진의 리더십 유형은 ‘소통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30대 남녀 827명을 설문한 결과 10명 중 8명(77.9%)이 ‘직원과 함께 고민하고 개방적 소통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소통형 리더십을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10일 밝혔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카리스마형’은 13.9%, 업무 처리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위임형’은 8.2%에 그쳤다.
MZ세대는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요소로 ‘기업 내 조직원 간 소통 강화’(37.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주요 기업의 경영진이 최근 보이고 있는 소통 행보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70.2%로, 부정 평가(7.9%)보다 훨씬 높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MZ세대는 생산이나 투자, 일자리 창출 같은 기업의 전통적 역할 이상으로 기업 구성원 간 ‘소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업들도 MZ세대 직원과의 내부 소통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대차, SK온 등은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으로 경영진과 임직원의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경영자(CEO)인 권영수 부회장과 바로 연결되는 내부 채널 ‘엔톡’을 운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직접 경영진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시대”라며 “성과에 따른 보상과 더불어 경영진의 ‘소통하려는 의지’도 중요한 잣대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MZ세대는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기업’(36.6%)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월급·성과보상 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29.6%), 정년보장 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16.3%) 등이었다. 개인 삶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