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 광주… 한쪽에선 절수운동, 다른쪽에선 누수사고

입력 2023-04-11 04:01

최악의 가뭄 속에 극심한 급수난을 겪고 있는 광주 도심에서 3개월간 5번이나 누수 사고가 발생해 범시민적 절수운동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30여년 만의 제한급수를 막기 위해 광주시민들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물 낭비가 이어져 ‘누수 불감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서구 금호동 풍금사거리 인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2공구 공사현장에서 지름 250㎜ 상수도관이 파손돼 40여t의 물이 흘러넘쳤다. 공사 중이던 굴착장비가 상수도관을 건드리면서 아까운 수돗물이 공사장 일부 구간을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도로 위로 마구 샜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누수사고가 난 상수도관이 각 가정에 보내는 물의 우회 공급이 가능한 지점으로 직접적 단수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구 작업은 3시간 40여분 만인 오후 8시 20분쯤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달 3일과 2월 14일에도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과 남구 백운광장 인근 도시철도 2호선 터파기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에 구멍이 뚫려 상당량의 아까운 물이 버려졌다.

낡은 상수도관이 문제였거나 역시 도시철도 공사를 위해 투입된 굴착장비가 50㎜ 상수도관에 구멍을 내면서 발생한 누수사고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주월동, 진월동 일부 가구에서는 수돗물에 이물질이 섞여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장기간 가뭄에 시달리는 광주에선 지난 2월 12일 덕남덕수장의 수돗물 유출량을 조절하는 버터플라이 밸브 고장으로 물이 인근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역대급 누수사고가 터졌다. 이로 인해 수돗물 5만7000여t이 흘러넘쳐 남구와 광산구 2만8000여 가구와 음식점, 카페 등이 단수 피해를 입었다.

이 사고를 포함해 광주에서는 최근 3개월간 소태동 무등중학교 인근 상수도관 누수사고(2월 22일) 등 최소 5차례 누수사고가 발생했다.

가뭄 극복을 위한 절수운동에도 누수사고가 잇따르면서 노후관 교체 등 근본적 예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진행 중인 물 절약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거세다.

시는 전체 상수도관 4046㎞ 가운데 절반인 2013㎞가 20년 이상 된 노후관인 탓에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광주지역 누수율은 5.7%로 특·광역시 평균 4.2%보다 월등히 높다. 시 관계자는 “노후 수도관과 부주의한 장비 가동에 따른 누수를 막기 위해 점검과 함께 공사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예산이 확보되면 노후 상수도관 정비·교체를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